[매일경제] '혼다 짝퉁' 한국차가 美쳤다…35년만에 대역전, '일본차 킬러' 현대차·기아

`고장많은 싸구려 한국차` 낙인

정몽구·정의선, 20년 품질경영

북미서 혼다, 토요타에 승전보

`자동차 아메리칸 드림` 실현중


 

미국과 캐나다에서 인기높은 제네시스 GV80, 기아 쏘렌토, 현대차 아반떼 [사진출처=현대차그룹]

미국과 캐나다에서 인기높은 제네시스 GV80, 기아 쏘렌토, 현대차 아반떼 [사진출처=현대차그룹]

 

 

[세상만] "횬다이, 현다이"

 

현대자동차 미국 진출 역사에서 굴욕적인 단어다. 북미 시장을 선점한 일본차 혼다(HONDA)와 발음도, '에이치(H)' 엠블럼도 비슷해 미국인들은 현대차(HYUNDAI)를 이렇게 불렀다. '혼다 짝퉁' 이미지도 생겼다.

 

'기술의 혼다' '내구성의 도요타'보다 품질도 성능도 한참 아래로 평가받으며 북미 시장에서 '고장이 잦은 싸구려 차'로 낙인찍혔던 현대차·기아가 마침내 굴욕을 완전히 극복했다.

 

현대차그룹은 1986년 엑셀로 미국 시장을 두드린 지 35년 만에 혼다를 잡았다. 캐나다에서는 8년 만에 도요타를 물리치고 톱3에 포함됐다.

 

 

미국 진출 35년 만에 혼다 이겨

 

현대차 투싼[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 투싼[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연간 판매량에서 숙적인 일본 브랜드 혼다를 제쳤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차량 1489118대를 판매했다.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21.6%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기존 연간 최대 실적인 20161422603대 기록도 경신했다. 혼다도 전년보다 8.9% 증가한 1466630대를 판매하면서 선전했다. 현대차그룹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현대차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23.3% 늘어난 787702대다. 기존 최다 판매 기록인 2016년의 775005대를 넘어섰다.

 

기아 스포티지 [사진출처=기아]

기아 스포티지 [사진출처=기아]

 

 

현대차 중 투싼이 가장 많이 팔렸다. 판매대수는 15949대다. 아반떼는 123775, 싼타페는 112071대로 그 뒤를 이었다.

 

제네시스 판매대수는 49621대다. 전년보다 202.9% 폭증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목숨을 구해준 GV802311대로 가장 많이 팔렸다. GV701740, G701718대 판매됐다. 1만대 넘게 팔리면서 제네시스 성장세에 기여했다.

 

기아는 전년보다 19.7% 증가한 701416대를 팔았다. 역시 기존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인 2016년의 647598대를 경신했다.

 

가장 많이 판매된 차종은 K3115929대 팔렸다. 스포티지는 94601, 텔루라이드는 93705대로 그 뒤를 이었다.

 

 

캐나다에선 도요타도 8년 만에 잡았다

 

 현대차 아반떼 [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 아반떼 [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캐나다에서는 도요타를 2014년 이후 8년 만에 이겼다.

 

자동차 매체 '오토모티브뉴스 캐나다'에 따르면 올 1~2월 현대차그룹 판매대수는 총 24833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증가했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15932, 기아는 8901대 각각 판매했다. 많이 팔린 현대차는 아반떼(3028). 그다음 코나(2894), 투싼(2792)이다. 기아의 경우 K3(1893), 쏘렌토(1447), 쏘울(1433) 순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도요타그룹은 전년 동기보다 9.8% 감소한 23025대를 팔았다. 도요타는 2431, 렉서스는 2594대 각각 판매했다.

 

제네시스 GV70 [사진출처=현대차]

제네시스 GV70 [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캐나다에서 포드, 도요타, GM이 굳건히 구축한 '3강 체제'를 무너뜨리며 3위를 기록했다.

 

제네시스는 캐나다 자동차기자협회(AJAC)가 선정하는 '2022 올해의 차'에서 3관왕을 달성하기도 했다.

 

AJAC250대 이상의 차량을 대상으로 20가지 항목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제네시스 G70은 프리미엄 소형차, 제네시스 GV70은 프리미엄 중형 SUV, 제네시스 GV80은 프리미엄 대형 SUV 부문에서 최고의 차로 선정됐다.

 

 

내구품질 '아킬레스건' 없앴다

 

 GV80 충돌테스트 [사진출처=IIHS]

GV80 충돌테스트 [사진출처=IIHS]

 

 

현대차그룹의 판매 증가세는 우연이 아니다. 예견됐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관련 단체들과 매체들의 호평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차종을 선택할 때 자동차 단체·매체들의 평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17개 차종이 지난해 3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 평가에서 가장 안전한 차량에 부여하는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 등급과 '톱 세이프티 픽' 등급을 받았다.

 

현대차는 7개 차종, 기아는 8개 차종, 제네시스는 2개 차종이 선정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번에 선정된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에서 가장 많은 17개 차종의 이름을 올리면서 2년 연속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GV70G70을 포함한 제네시스 모든 차종이 IIHS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를 획득했다.

 

내구품질평가 [자료출처=제이디파워]

내구품질평가 [자료출처=제이디파워]

 

 

올 들어서는 현대차그룹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졌던 내구성 조사에서도 낭보가 울렸다. 미국 최고 권위의 내구품질 평가인 제이디파워(JD파워)의 내구품질 조사(VDS)에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내구품질 조사는 차량 구입 후 3년이 지난 고객들을 대상으로 184개 항목에 대한 내구품질 만족도를 조사한 뒤, 100대당 불만 건수를 집계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20187월부터 20192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총 32개 브랜드, 139개 모델, 29487대의 차량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15개 자동차그룹 가운데 가장 낮은 평균 점수인 147점을 기록해 도요타(158)와 제너럴모터스(172)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기아는 145점으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일반 브랜드가 고급 브랜드를 제치고 단독으로 내구품질 조사 전체 브랜드 1위에 오른 것은 역대 최초다.

 

현대차는 148점으로 전년보다 4단계 상승한 3위를 기록했다. 전년도 평가에선 고급 브랜드 4위였던 제네시스도 마침내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이에 대해 "기아가 새로운 왕(Kia is the new king)"이라며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제이디파워의 내구품질 조사에서 최고 자리에 올랐다"고 호평했다.

 

 

정몽구·정의선의 '품질 뚝심'

 

 정몽구 명예회장이 지난 2014년 8월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현대차]

정몽구 명예회장이 지난 20148월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기아가 품질을 앞세워 북미 시장을 선점한 일본 차를 품질로 이긴 비결은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화두로 던진 '품질 경영'에 있다.

 

정 명예회장은 1999년 현대차 회장으로 취임한 뒤 미국 출장을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고장이 잦고 수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싸구려 차'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현대차의 현실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NBC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자니 카슨 쇼', CBS 인기 토크 프로그램 '데이비드 레터맨 쇼' 등에서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 오류를 현대차 구매 결정과 비교할 정도였다.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이 파는 것'에 초점을 맞췄던 현대차 전략은 이때부터 극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정 명예회장은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신차 출시 일정을 미루더라도 부실한 생산라인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제이디파워 품질 컨설팅도 받게 했다.

 

현대차그룹 타운홀 미팅에서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 [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그룹 타운홀 미팅에서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 [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이에 2000년부터 24시간 가동되는 '글로벌 품질 상황실'을 가동했다. 세계 각지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유관 부서에 통보,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2002년에는 남양기술연구소에 파이롯트센터를 설립해 신차 양산에 앞서 양산공장과 동일한 조건에서 시험차를 생산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찾아내고 있다.

 

품질 경영은 4년 만에 빛을 보기 시작했다. 미국 '비즈니스 위크'2004년 초 '현대, 싸구려 차에 작별 키스를 하다(Hyundai Kissing Clunkers Goodbye)'는 제목으로 현대차의 품질 개선을 호평했다.

 

자신감이 붙은 현대차그룹은 품질경영에 더 박차를 가했다. 국내외 산재해 있는 품질평가 시험시설을 한곳에 모은 '글로벌 품질센터'를 열었다.

 

인공지능(AI) 비전 기반의 품질 검증 시스템도 갖추고 VR(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도 적용했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협력사와도 적극 공조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자동차부품산업재단을 설립하고 '품질 5스타''품질 패스' 제도를 도입했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20년간 뚝심 있게 추진한 '품질경영'으로 현대차그룹은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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