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진짜 '다이아'로 바꿔놨네"…롯데百 호찌민 40대 점장 '일냈다’

롯데의 '다이아몬드'로 거듭난 호찌민 다이아몬드 플라자

7년만에 롯데 간판 달고 재오픈

펜데믹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50여명 직원 동고동락하며 1000여개 해외 브랜드 설득

다카시마야와 벌이는 호찌민 '백화점 한일 대전'

 

 

 

 

 

사이공 노트르담 대성당 건너편베트남 호찌민 시내 한복판에 있는 다이아몬드 플라자 정면 출입구 아치에 지난 15일 ‘LOTTE’ 간판을 새로 다는 행사가 열렸다. 1999년 한·베 우호를 상징하는 건물로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완공됐지만한국 기업의 이름이 새겨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롯데백화점이 2015년 포스코로부터 건물 지분 50%를 넘겨받은 이래 7년 만이다.

 


환골탈태한 롯데백 호찌민점


롯데백화점 호찌민점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가장 주목하는 백화점으로 부상 중이다롯데쇼핑이 베트남의 봉마르쉐(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를 기치로 내걸고 약 2년 간의 분투 끝에 베트남 유일의 럭셔리 백화점으로 재탄생시키고 있어서다베트남 명품 시장의 테스트 베드인 셈이다.

 

새단장 목표치의 70%를 마쳤을 뿐인데도 올 11개월의 매출이 이미 전년치를 넘었다길 건너 사이공센터에 입점해 있는 일본 백화점인 다카시마야와의 한·일 백화점 승부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다이아몬드 플라자는 호찌민 시민들에겐 한국의 63빌딩 같은 곳이다. 2000년 개장 당시 현지인들이 난생 처음 보는 에스컬레이터에 신발을 벗고 탔다는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된다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한 볼링장은 요즘 호찌민의 3040세대엔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다인근에 통일궁과 사이공 노트르담 대성당 같은 명소도 즐비하다.

 

상징성이 풍부한 이 건물은 풍부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오랫동안 방치돼다시피했다고급 백화점이라면 으레 있어야 할 브랜드조차 유치하지 못했다관광객이건베트남 현지인이건 백화점 쇼핑을 하겠다는 이들은 다카시마야로 몰렸다다이아몬드 플라자는 그저그런 한물간 옛 쇼핑 건물로 전락할 위기였다.

 

롯데쇼핑이 2015년부터 위탁운용을 맡긴 했지만롯데그룹의 내우외환이란 난관을 만났다중국 사업에서 강제로 손을 떼야하는 상황에 몰려 베트남 사업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던 것최용현 롯데백화점 호찌민 점장은 “VN스틸이라는 베트남 기업과 55의 합작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의사 결정 속도가 매우 느렸다는 것도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퇴직 임원 자리였던 곳에 '젊은 피'를 보내다


롯데백화점은 코로나19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퇴직을 앞둔 임원 자리였던 호찌민 점장 자리에 40대 초반의 영건(young gun)’을 파견했다최 점장은 백화점 상품영업본부 출신으로 에르메스를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에 입점시키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최 점장은 30대 후반의 또래 영업팀장(이성현), 기획팀장(이상하)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다이아몬드 플라자를 진짜 다이아몬드로 바꿔놨다.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점포 리뉴얼은 거의 모든 걸 갈아엎는 파격이었다. ‘화장실 입구에 걸릴 사진을 무엇으로 해야하나라는 고민을 할 정도로 디테일의 변화에도 공을 들였다최 점장은 화장실 공사에만 수억원이 들었다고 말했다아무것도 없던 옥상은 루프탑으로 개조해 뷰 맛집으로 재탄생시켰다이 과정에서 베트남 공무원들과 겪었던 수많은 일화는 한 권의 책으로도 못 담을 정도로 다사다난했다.

 

최 점장이 이끄는 롯데의 젊은 피가 특히 공을 들인 건 브랜드와의 협상이다최 점장은 “50장 짜리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1000여 개의 해외 브랜드를 설득했다고 말했다봄부터 시작된 약 3개월의 봉쇄 기간 중엔 다이아몬드 플라자에 있는 호텔 등에 직원 50여 명의 숙소를 만들어 동거동락하며 PPT 자료를 고치고 또 고쳤다.

 

 

롯데의 혁신에 글로벌 명품업계가 '주목'


이달 초 방문한 롯데백화점 호찌민점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건물 외관은 화려한 LED 조명으로 밝아졌고통창도 최상위 브랜드 로고로 바뀌었다출입구 쪽엔 시즌에 맞게 조형물이 설치되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린 장식물은 현지 젊은이들의 사진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잡화점처럼 구성돼 있던 1층은 명품관으로 거듭났다조말론딥티크크리드 등 3대 니치 퍼퓸(최고급 향수브랜드들이 한꺼번에 입점했다베트남 백화점 업계 최초다셀린느발렌시아가오프화이트 등 40여 개 해외 브랜드로 구성된 편집숍도 들어설 예정이다.

 

라코스테타미힐피거 등 1층에 있던 패션 브랜드는 3층으로 모두 올렸다최 점장은 “1층에 있던 걸 위로 올리기 위해 엄청난 설득이 필요했다며 베트남의 세련된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VIP들이 4~5시간 동안 쇼핑하며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한 전략이 통했다고 설명했다.

  

총 5층으로 구성된 백화점 매대에서 최 점장이 특히 신경 쓴 건 3층의 골프 전용 존이다골프웨어를 비롯해 각종 장비까지 한 곳에 모아놨다최 점장은 베트남의 상류층들이 골프를 즐기기 시작했고여성 골퍼들은 골프웨어를 선호한다며 한국에 여행가면 수백만원어치의 골프옷을 사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쇄신 덕분에 롯데백화점 호찌민점은 글로벌 명품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최 점장은 인근의 다케시마야 백화점과의 경쟁에서 롯데가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며 양쪽에 동시에 입점해 있는 산드로마주 등의 브랜드 매출에서 롯데가 이기고 있다고 소개했다규모는 작지만최상위 브랜드로만 재탄생한 롯데백화점 호찌민점의 강점이 부각되면서 입점을 꺼리던 브랜드들이 최근엔 알아서 입점 제안을 할 정도로 상황이 역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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