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표준을 만든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한국인 첫 ISO회장 당선

국제표준서 주목도 높여

 

, 국제표준 입김 세져

미국은 잇달아 제동 걸어

, 표준기구 활동 강화를

 

 

 

국내 언론에는 크게 보도되지 않았지만 최근 국제표준 업계에서 화제가 된 선거가 있었다.

 

세계 3대 표준 관련 기구 중 하나인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 선거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이 당선됐다. 중국은 정부 관계자를 중심으로 대규모 유세팀을 꾸려 전방위적 공세를 펼쳤으나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의 마음을 얻은 조 사장이 선출됐다. 이로써 국제표준 분야에서 한국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ISO 회장을 배출한 적이 있는 중국은 국제표준기구 고위직 자리에 계속 집착하고 있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회장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도 중국인이 맡고 있을 정도다.

 

왜 국제표준이 중요할까. 1947년에 출범한 ISO는 회원국만 164개국에 달한다. 비정부기구라서 강제력은 없지만 ISO에서 발의된 제품과 서비스에 관련된 표준 권고는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규정으로 만든다. 유럽연합(EU)ISO 규정이 나오면 유럽의회 동의를 얻어 강행법규를 제정한다. 한 기업이 만든 특정 제품(기술)이 국제표준이 되면 그 기업은 해당 규격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고 그 산업에서 영향력을 갖게 된다. 해당 표준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는 경쟁사에서 로열티나 라이선스 비용도 받을 수 있다. 표준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셈이다. 표준전쟁에서 패배한 기업은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개발한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시장에서 퇴출된다. 1980년대 벌어진 비디오카세트 표준경쟁이 대표적이다. 소니가 출시한 베타맥스 비디오카세트는 JVC가 내놓은 VHS 방식에 비해 화질에서 앞섰지만 표준경쟁에서 밀렸다. VHS 방식이 표준이 됐고 결국 베타맥스는 쇠퇴했다. 넷스케이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IE)의 웹브라우저 기술표준 경쟁도 마찬가지다. 초기에는 넷스케이프가 치고 나갔으나 마이크로소프트가 IE를 무료로 배포하면서 표준을 장악했다. 최근에는 5G(5세대 이동통신)에 이어 6G 표준을 놓고서도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왜 중국은 국제표준에 집착할까. 과거의 쓰라린 경험 때문으로 보인다. 2003년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사용되는 모든 와이파이 관련 제품에 '와피(WAPI)'라는 보안 프로토콜 표준을 쓰도록 의무화했다. 그러자 인텔 등 미국 전자업계는 반발했고 미국 정부가 중국 측에 시정을 요구했다. 결국 중국은 제도 시행을 무기한 연기했다. 그 후 중국은 국제표준 관련 기구에 중국인 출신을 대거 참여시키고 있다. 중국은 자국에 유리한 표준을 밀어붙이고 있다. 백두산 일대에서 채취되는 인삼의 규격 표준화 작업에도 나섰다. 고려인삼에 대한 표준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구사해야 한다.

 

첫째는 보텀업 전략이다. 저변을 넓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기업과 연구소 임직원들이 국제표준과 관련된 기구에 참여해야 한다. 관련 학회 등에도 적극 참여해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

 

둘째는 톱다운 전략이다. 국제표준과 관련된 3대 기구인 ISO를 비롯해 IECITU의 고위직 임원을 배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에 한국이 ISO 수장을 배출한 것은 첨단기술 표준을 만들거나 개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를 계기로 한국이 국제표준 업무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민간과 정부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글로벌 표준을 장악한 국가가 세상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국제표준에 관한 룰 메이커(Rule Maker)로서 한국의 역할이 기대된다.

 

 

[김대영 산업부장 겸 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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