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제] 현대중공업에 밀려 눈물 흘린 스웨덴 말뫼…한국 혁신의 모델이 되다

스웨덴의 조선업 도시 말뫼는 조선업 쇠퇴 이후 친환경과 스타트업 육성 전략을 추진해 젊은이들을 끌어들었다. 말뫼 시가지 모습./ 위키피디아(2014년 7월 30일)

스웨덴의 조선업 도시 말뫼는 조선업 쇠퇴 이후 친환경과 스타트업 육성 전략을 추진해 젊은이들을 끌어들었다. 말뫼 시가지 모습./ 위키피디아(2014730)

☞ ①/편에서 계속

 

청년들이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지방에서 성공하려면 그들의 노력에 앞서 지방자치단체들의 행정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세계 지방 도시 가운데에는 지자체들이 좋은 아이디어로 청년들을 유치해 부활한 사례가 많다. ‘지방 살리기 전도사인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 원장은 어떤 도시들을 한국의 지방 도시들이 지향해야 할 모델로 생각할까? 대화가 이어졌다.

 

 

지방 도시 성공 사례

 

스웨덴 말뫼

 

붉은 색 표시 지점이 스웨덴 도시 말뫼이다. 덴마크와 국경이 닿아 있다.

붉은 색 표시 지점이 스웨덴 도시 말뫼이다. 덴마크와 국경이 닿아 있다.

 

 

해외 지방 도시 가운데 부활에 성공한 사례를 몇가지 든다면?

 

첫째, 스웨덴 남부 도시인 말뫼이다. 말뫼는 조선업으로 번창했다가 한국과 중국의 조선업이 부상하면서 지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나중에는 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을 한국에 1달러에 팔면서 말뫼의 눈물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어떤 이야기인가?

 

“1970년대 코쿰스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은 세계 최대 조선소의 상징이었고, 말뫼의 자부심이었다. 그런 코쿰스 조선소가 문을 닫은 1987년 이후로도 이 크레인은 오랫 동안이나 무용지물이 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세워져 있었다 2003년 이 골리앗 크레인은 단돈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팔렸다. 말뫼 사람들은 크레인이 해체되어 멀리 떠나는 모습을 눈물로 지켜봤다.”

 

젊은 고학력 인구가 유입되면서 부활하고 있는 스웨덴 말뫼 시내 중심 광장./크리스티안 바이빈켈(위키피디아, 2015년 8월 9일)

젊은 고학력 인구가 유입되면서 부활하고 있는 스웨덴 말뫼 시내 중심 광장./크리스티안 바이빈켈(위키피디아, 201589)

 

 

그 이후에 어떻게 됐나?

 

말뫼는 조선업의 위기를 겪으면서 1990년까지 인구가 격감했다. 전체 일자리의 25%가 줄었다. 여기에 1980년대부터 시작된 해외 이주민들의 유입까지 겹쳐 한 때 말뫼의 실업률은 22%에 달했다. 도심이 비고 쇠락했다.

 

하지만 전환 전략을 시행한 이후 다시 인구가 많이 증가했다. 증가세는 스웨덴 평균보다 높았던 것은 물론이고 유럽 전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연구개발, 금융, 사회서비스 인력 등 고학력 인재들이 주로 유입됐다. 도시의 평균 연령이 36세이다. 전체 인구의 약 40%29세 미만인 대표적인 젊은 도시로 거듭났다.”

 


대변신을 하다

 

어떤 전환 전략을 썼나?

 

밀레니얼 세대는 일을 먼저 선택하지 않고 살 곳을 먼저 선택하고 일을 찾는다. 그래서 그들이 살고 싶어하는 친환경 도시의 비전을 세우고, 그 다음에 그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스타트업들을 많이 창업하도록 유도했다.”

 

지방 도시가 부활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스웨덴 말뫼의 축제 모습./위키피디아(2018년 8월 16일)

지방 도시가 부활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스웨덴 말뫼의 축제 모습./위키피디아(2018816)

 

 

친환경 도시라면?

 

“2015년에 이미 시가 운영하는 시설에 제공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발전하는 등 도시 전반에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늘리고 있다. 470km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도시 전체 교통의 약 30%가 자전거로 이뤄지고 있다. 학교 통학과 직장 출퇴근 이동에서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이다. 말뫼가 추구한 친환경 도시의 비전은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유입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일자리 창출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1998년 버려진 조선소 부지에 말뫼대학교를 세웠다. 기존의 학문 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융합 연구에 초점을 뒀다. 그리고 액셀러레이터와 펀드를 만들어 벤처 창업을 지원하니 청년들이 다시 유입되고 도시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에서 모두 6만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재를 따라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연합 주요기업들의 본사도 말뫼로 이전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의 본사도 말뫼에 있다.”

 

 

지방 도시 성공 사례

 

미국 포틀랜드

 

두번째 사례는?.

 

미국 오레곤주의 포틀랜드이다. 포틀랜드는 창의적 소상공인들이 많이 몰려 있는 도시로 유명하다. 이 도시는 포틀랜드를 계속 괴짜스럽게 놔두라는 모토를 갖고 있다. 맥주를 뜻하는 비어와 열반을 뜻하는 니르바나를 합해 비어바나라고 부를 정도로 수제맥주가 많은 맥주의 성지이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독립 서점도 많다.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아니라 독특한 특색을 가진 독립 카페들이 많다.

 

이렇게 다양한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다양한 로컬 브랜드로 성장하고, 이 가운데 일부가 국제적인 브랜드가 된다. 세계적인 운동화 제조업체 나이키가 포틀랜드에서 나왔다.”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소상공인들을 우대하는 행정을 펼쳐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트러플립99(위키피디아, 2018년 11월 11일)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소상공인들을 우대하는 행정을 펼쳐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트러플립99(위키피디아, 20181111)

 

 

시 당국은 어떻게 행정적 지원을 했나?

 

소상공인들이 장사를 잘 할 수 있도록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상가 지역을 외곽으로 확장하는 대신 격자형으로 쪼개서 압축했다. 격자 형태의 도로망을 갖추고, 다른 미국 도시와 달리 대중교통망이 발달하다 보니 도보 중심의 생활권이 형성됐다. 걸어서 20분안에 여가 생활 시설이 모두 모여 있다.

  

이처럼 스트리트형 상가가 들어서면서 소상공인들이 발전했다. 2000년에 52만명이던 인구가 2010년에 58만명, 2017년에 64만명으로 증가했다. 인구 당 레스토랑 수가 가장 많은 도시이고, 푸드 트럭이 600개에 달할 정도로 미국 최대의 푸드트럭 도시가 됐다. 2006년에는 대형 상점인 월마트가 들어오려 했으나, 시민들이 월마트 진입을 저지하고 지역 상품 사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소상공인 중심의 지역 상권이 발전했다.”

 

 

지방 도시 성공 사례

 

미국 볼더

 

세번째 사례는?.

 

미국 콜로라도주의 소도시 볼더이다. 볼더는 핵심지역만 하면 인구가 10만여명에 불과한 소도시이다. 그런데 특별한 거대 산업이 없이 1인당 지역총생산이 7만달러 이상이고 지속적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는 한 벤처기업인이 들어와 스타트업과 벤처들을 많이 육성해 도시를 젊게 만들었다. 볼더의 펄 스트리트 몰 모습./리 커시(위키피디아, 2009년 5월 25일)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는 한 벤처기업인이 들어와 스타트업과 벤처들을 많이 육성해 도시를 젊게 만들었다. 볼더의 펄 스트리트 몰 모습./리 커시(위키피디아, 2009525)

 

 

비결은?

 

“1995년에 창업가인 브래드 펠드가 볼더에 이주해 와서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만든 것이다. 그는 볼더에 정착한 후에 먼저 주기(first give)’라는 철학을 가지고 도움을 요청하는 창업자들에게 항상 응답해 주고 대가에 대한 기대 없이 다른 사람을 돕는 독특한 스타트업 커뮤니티 문화를 형성했다. 그 덕택에 볼더에 창업가가 모이고, 시 정부, 지원기관, 대학 등과 함께 거대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펠드는 2006년에 테크스타라는 액셀러레이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제도적이고 체계적으로 먼저 주기 문화를 정착시킨다. 그리고 2019년 기준으로 1600개의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그 덕택에 볼더가 실리콘밸리에 이은 스타트업의 성지가 됐다. 말뫼가 시 정부에서 먼저 시작했다면, 볼더는 창업가가 철학을 갖고 개시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지방 도시 성공 사례

 

브라질 꾸리찌바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든다면?

 

브라질의 꾸리찌바이다. 이 도시는 전세계 최고의 환경도시이자 생태도시로 유명하다. 세가지 정책이 유명하다.”

 

브라질의 도시 꾸리찌바는 폐기물을 가져오면 주민에게 버스표나 식품교환권을 주는 방식으로 깨끗한 생태 도시를 만들었다. 꾸리찌바 시내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들./마르쿠스 베제라(위키피디아, 2006년 6월 4일)

브라질의 도시 꾸리찌바는 폐기물을 가져오면 주민에게 버스표나 식품교환권을 주는 방식으로 깨끗한 생태 도시를 만들었다. 꾸리찌바 시내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들./마르쿠스 베제라(위키피디아, 200664)

 

 

어떤 정책인가?

 

첫째, 꽃의 거리라고 불리는 1km 정도의 보행자 전용도로가 있다. 보행자 전용 도로를 중심으로 카페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상가가 발전했다.

 

둘째, 서울 버스 전용차로처럼 버스가 도로 중심에 다니도록 함으로써 버스 노선을 땅 위의 지하철처럼 만들었다. 버스 운행이 빨라지다 보니 자가용을 타고 다닐 필요가 없다. 매연도 적게 발생했다.

 

셋째, 녹색교환 제도를 시행했다. 폐기물을 가져오는 주민들에게 수거량에 맞춰 버스표나 식품교환권을 나눠줬다. 쓰레기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치우게 한 정책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친환경적인 측면이 중요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스타트업을 많이 만들어야 지속 가능한 지방 활성화가 가능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할 일

  

시계가 530분을 향해 간다. 전 원장은 지난 4년간의 경험을 압축해 질문에 간단명료하게 답을 했다. 지방 경제 활성화에 대한 견해가 확실히 선 듯 했다. 많은 책을 읽어도 현장체험이 부족하면 이렇게 간결한 답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가와 공공 기관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이 로컬 크리에이터를 키우려면 공공기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 공적 영역에 있는 기관들이 적극적인 조성자 역할을 해야 한다. 민간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생태계가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로컬 크리에이터의 발굴과 육성, 생태계 안착에 공공기관이 마중물로 기여해야 한다.

 

또 로컬 크리에이터들 간의 상호작용을 만드는 연결자 역할도 해야 한다. 창업 후 판로개척, 마케팅 지원, 자금 지원, 수출시장 개척 작업도 공공부문에서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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