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교수님의 매일경제신문 기고글
  • / 2016-12-22 / 2,861

 



매일경제 [기고]  제조 품질 넘어 안전감성 품질 시대로



 



 



한국 경제가 일본과 중국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라는 생각은 오만한 생각이며, 한국은 이미 중국에 가격과 품질에서 밀리고 있고, 한국의 새로운 경쟁 상대는 인도가 될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11월 영국 싱커스 50 행사에 참석한 산업 경쟁력 관련 세계 석학 25명의 의견이었다. 삼성은 최근 갤럭시노트7 발화 문제로 품질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고, 현대차는 세타2 엔진 품질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품질 위기를 겪고 있다. 품질 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적인 품질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국가 간 무역량이 줄고,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돼 우리 무역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무역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8%(2014년 기준)로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무역 활성화와 `품질 한국`을 위한 새로운 국가적 품질 정책은 무엇이 돼야 할까.



우선, 품질경영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1970년대에는 공업진흥청 품질관리국이 산업화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품질 정책을 주도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술표준원 안전품질정책과에서 품질 정책을 다루다가 현재는 품질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과 조직은 없으며, 시험인증정책과에서 국가품질상 제도만을 다루고 있다. 품질경영은 민간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 옳으므로 정부

는 손을 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우리나라는 품질경영 방식을 도와줘야 할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있으며, 대부분의 기업이 빠르게 변하는 제조혁신 기술에 품질경영을 어떻게 접목하면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기술표준원이 품질경영을 담당하는 조직이라면 최소한 품질정책과를 둬 종합적인 품질 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품질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이 없다 보니 정부 연구개발(R&D) 예산(2016년 19조1000억원) 중 품질 관련 연구비가 전무하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부는 품질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구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2000년 제정된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이 곧 폐지된다고 하니 정부 조직 내에 품질경영 업무는 완전 소멸될 것이다. 이 법을 대신해 소위 `품질경영기본법`을 제정해 최소한 품질경영 가이드라인과 지원 방안을 제시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산업에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비한 적절한 품질경영 방침을 정부가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3D프린팅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업이 품질경영을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기업 스스로 해결할 수 없으며, 국가가 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의 경쟁 대상

국인 중국은 `중국제조2025`, 일본은 `일본재흥전략`, 독일은 `Industrie 4.0`을 내세우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혁신, 품질혁신, 스마트공장 구현 등의 발전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일본에 밀리지 않기 위해 품질과 기술에 관한 국가적 어젠더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혁신 3.0 전략`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IT·SW 융합으로 제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지원 전략일 뿐이며, 품질경영 방식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으면서 우리 기업들도 품질을 큰 틀에서 보는 안목을 키워야 하고, 이에 걸맞은 품질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품질의 개념을 아직도 눈에 보이는 제품의 제조품질로 국한하는 좁은 사고방식으로는 품질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설계 품질, 서비스 품질, 소프트웨어 품질, 안전 품질, 감성 품질 등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중요한 품질이 수없이 많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품질의 신개념과 새로운 품질경영 방식에 대한 방향 제시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박성현 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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